1. 호주에서 허리디스크 치료를 시작하다
호주에서는 스페셜리스트를 만나기까지 시간이 꽤 걸린다. 내 경우에도 GP와 상담한 뒤 내 상태에 맞는 스페셜리스트를 찾아 바로 예약했지만, 예약 날짜는 12월이었다.
처음 허리를 다친 것이 10월이었으니 거의 두 달이 지난 시점이었다.
그동안 나는 WorkCover를 신청했고, 피지오를 다니면서 MRI도 찍었다. 진통제를 먹으며 일을 쉬고 있었지만, 정작 내 허리를 전문적으로 봐줄 스페셜리스트를 만나는 날은 아직 한참 남아 있었다.
드디어 스페셜리스트를 만나는 날.
부상 당시의 상황과 통증 부위, 통증의 정도를 이야기하고 MRI 결과를 다시 확인했다. 그리고 몇 가지 동작과 자세를 직접 해보면서 현재 상태를 확인했다.
내 경우에는 반복적으로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서 생긴 디스크 손상으로 설명을 들었고, 치료 방향으로는 주사치료와 운동치료 등을 안내받았다. 회사에 제출할 메디컬 서티에는 업무 중 지켜야 할 제한사항도 포함됐다.
Physio|Chiropractic|Pilates
처음에는 집에서 가까운 피지오를 찾아갔지만 별다른 효과를 느끼지 못했고, 어느 순간부터 통증이 오히려 더 심해졌다.
그래서 다시 알아본 끝에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척추와 허리 재활을 전문적으로 보는 피지오를 찾아갔고, 결과적으로 나에게는 이 선택이 꽤 중요했다.
피지오를 꾸준히 받으며 통증을 어느 정도 잡아가면서 카이로프랙틱과 필라테스도 병행했다.
그런데 의외로 필라테스는 당시의 내 허리 상태에는 잘 맞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운동 자체가 나빴다기보다, 당시에는 통증이 너무 심해서 내가 감당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
반면 카이로프랙틱 클리닉은 일반적인 카이로프랙틱 치료뿐 아니라 핸즈온(hands-on) 마사지도 함께 해주는 곳이어서, 당시 통증이 심했던 나에게 꽤 도움이 됐고, 지금도 필요할 때 꾸준히 방문해서 관리를 받고 있다. 다행히 Bupa가 적용되는 클리닉이라 비용 부담도 비교적 적었다.
필라테스 대신 하이드로테라피
당시 통증이 심했던 나에게는 필라테스가 잘 맞지 않아서, 다음으로 선택한 것이 하이드로테라피(hydrotherapy)였다. 동네 수영장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했고, 비용은 WorkCover에서 지원받았다.
물속에서 앞으로 걷고, 뒤로 걷고, 옆으로 걷는 정도였는데도 막상 해보니 달랐다.
처음에는 물속에서 15분 정도만 걸어도 허리가 아파 왔다.
물속에서 걷는 게 이렇게 힘든 운동이었다니. 허리가 아프고 나서야 알게 됐다.
하이드로테라피는 이후 Kieser에서 본격적인 재활운동을 시작하면서 그만두게 됐다.
Kieser에서 본격적인 재활운동을 시작하다
그러던 중 친한 동생에게 브리즈번에 재활운동을 전문적으로 하는 곳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차로 약 30분 정도 가야 하는 거리였지만, 일단 한번 가보기로 했다.


KIESER AT COORPAROO
처음 갔을 때 인상적이었던 것은 일반적인 헬스장과 분위기가 상당히 달랐다는 것이다.
운동기구들도 일반 헬스장에서 흔히 보는 것과는 달리 근력운동에 초점을 맞춘 기구들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재활을 목적으로 운동하는 사람들과 나이가 많은 분들도 많이 보였다.
운동 종류도 다양했고, 휴대폰 앱으로 그날 한 운동과 진행 상황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
처음 몇 번은 1:1로 운동기구 사용법과 운동 방법을 배우면서 천천히 적응해갔다.
비용은 저렴하지 않았는데 대략, 2주에 $135. 그래도 많은 전문가들이 상주해 있어서 그때그때 도움을 바로 받을 수 있다는 건 참 좋았다.
동네 일반 Gym보다는 비싸지만, 일주일에 2~3번씩 꾸준히 운동한다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재활 중이거나 혹은 안전하게 근력운동에 집중할 곳을 찾고 있다면 자신있게 이곳을 추천한다.
통증이 심할 때는 한의원도
통증이 너무 심한 날에는 한의원에 가서 침과 부항 치료를 받기도 했다.
일시적으로 통증이 조금 줄어드는 느낌이 있었지만, 계속 치료를 받기에는 비용이 부담스러웠다.
사보험으로 보장되는 금액이 크지 않아 한 번 방문할 때마다 $100 이상을 부담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꾸준히 받기에는 현실적으로 부담이 컸다.
정리: 나에게 도움이 된 치료
| 치료 | 클리닉 | WorkCover 기간 | WorkCover 종료 후 (지금) |
|---|---|---|---|
| 척추 전문 피지오 | 👉The Brisbane Spine Clinic | 지원받음 (Kieser 시작 후 중단) | – |
| 카이로프랙틱 + 핸즈온 마사지 | 👉Reborn Chiropractic | 초반 몇 회만 지원 | 본인 부담 (Bupa Extras 적용) |
| Kieser 피지오+재활운동 | 👉Kieser | 지원받음 | 본인 부담, 2주 약 $135 |
필라테스, 하이드로테라피, 한의원 치료도 모두 좋은 치료지만, 통증이 심했던 당시의 내 상태에는 위의 세 가지가 가장 잘 맞았다.
※ 광고나 협찬이 아니라, 내가 직접 비용을 내고 다닌 곳이다.
2. 좋아졌다가 다시 아프기를 반복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허리 통증이 계속 똑같았던 것은 아니다.
좋아지는 시기도 있었고, 다시 심해지는 시기도 있었다.
재활을 계속하고 있었지만 허리 주변 근육에 힘이 충분하지 않다 보니 한 자세를 오래 유지하면 금방 근육이 뭉쳤고 다시 통증이 찾아왔다.
한동안은 매주 피지오와 카이로프랙틱을 받으면서 뭉친 근육을 풀어줘야 했고 집에서도 폼롤러와 마사지볼을 이용해 계속 풀어줬다.
통증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앉아 있는 것이었다.
오래 앉아 있으면 허리가 많이 불편해졌고, 잠자리에 들어서도 허리가 편한 자세를 찾느라 이리저리 움직이는 날이 많았다.
잠을 잘 못 자니 매일이 피곤했고, 그제야 단순히 허리가 아픈 것이 이렇게 사람의 일상을 바꿔놓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3. 치료받으면서 느낀 것
호주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내가 가장 힘들다고 느꼈던 부분은 통증이 시작된 순간부터 정확한 진단과 본격적인 치료가 시작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었다.
이미 통증은 심한데, 일단 파나돌을 먹으면서 버텨야 하는 시간이 나에게는 너무 길게 느껴졌다.
MRI를 받기까지 6주, 스페셜리스트를 만나기까지는 두 달을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한국과 가장 다르다고 느낀 부분은,
호주에서는 진료, 검사, 피지오나 재활치료 등이 각각 분리되어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스페셜리스트는 진단과 치료 방향을 잡아주지만, 이후 피지오나 카이로프랙틱 같은 치료는 내가 직접 찾아서 예약하고 관리해야 했다.
처음에는 이것이 상당히 불편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호주 의료 시스템의 장점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불필요한 치료를 무조건 권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주사치료도 무조건 해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았고, 현재 상태와 치료에 대해 비교적 객관적으로 설명해주는 점은 좋았다.
그리고 내가 들었던 설명 중 기억에 남는 것은,
디스크가 손상됐다고 해서 반드시 평생 통증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사람마다 회복 속도와 상태는 다르지만, 허리 주변의 근육을 강화하고 일상생활에서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관리하면 통증을 줄이고 일상을 회복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그 말을 들으면서 나도 조금씩 생각이 바뀌었다.
“완전히 낫는 것만 기다릴 게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관리를 계속해야겠다.”
4.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허리 문제는 결국 직장생활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통증이 너무 심해서 출근 자체가 어려웠다.
하지만 치료와 재활을 하면서 통증이 조금씩 잡히기 시작했고, WorkCover 관리 아래 근무시간도 조금씩 늘려갔다.
주 3일 × 하루 4시간 → 주 5일 × 하루 4시간 → 주 5일 × 하루 6시간
이런 식으로 조금씩 근무시간을 늘려갔다.
한꺼번에 예전처럼 돌아가기보다는 허리가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주면서 천천히 늘려가는 방식이었다.
그렇게 조금씩 좋아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도 다시 예전처럼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WorkCover가 종료되면서 또 다른 문제가 시작됐다. (WorkCover가 끝난 뒤의 이야기는 👉 WorkCover #04에 정리해 두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나에게는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나는 과연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그 불안감은 생각보다 컸다.
결국 나는 서둘러 한국행을 결정하게 된다.
그리고 한국에서 두 달 동안 머물며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방법으로 허리 치료를 받아보기로 했다.
다음 글에서는 호주에서의 치료를 잠시 멈추고, 한국에서 직접 받아본 치료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