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에서는 한국에서 받은 허리 디스크 치료 및 개인적인 후기를 적어 보려 한다.
1. 왜 한국까지 가기로 했을까?
WorkCover가 종료된 후 회사에서는 나에게 medical clearance(메디컬 클리어런스)를 요구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허리 통증은 여전히 남아 있었고, 의사로부터 받은 medical certificate에는 업무상 제한 조건이 붙어 있었다.
회사는 내가 완전히 회복되어 specialist로부터 medical clearance를 받아올 때까지 무기한 unpaid leave(무급 휴가)를 갖기를 원했다. 하지만 나는 당시 근무 시간을 조금씩 늘려 가며 이미 일을 하고 있었다.
물론 통증은 있었지만 일을 아예 할 수 없는 상태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일을 하지 못하게 되니 현실적인 걱정이 밀려왔다.
“일을 그만두면 모기지는 어떻게 하지?”
“허리가 계속 낫지 않으면 다른 일은 할 수 있을까?”
당장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회사가 나의 고용을 종료한 것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고용은 유지된 채,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무급 휴가에 들어가게 되었다.
중간중간 회사 HR팀과 화상 미팅을 진행하며 치료의 진행 상황과 업무 복귀 과정 등을 공유했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한국에 가자. 가서 다른 방법이 있는지 찾아보자.”
그렇게 나는 한국에서도 치료를 받아보기로 했다.
2. 한국에서는 어떤 치료를 받았나?
한국에 도착한 후 가장 먼저 정형외과를 찾아보았고, 동시에 마취통증의학과도 알아보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머무는 동안의 체류비와 여행 경비도 만만치 않았지만, 또 하나의 문제가 있었다.
나는 호주 영주권자로 오래전 주민등록이 말소되어 있었기 때문에 한국의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상태였다.
결국 병원비도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에는 “이것이 내가 해볼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컸다.
그래서 비용에 대한 걱정은 일단 접어두고 치료를 받아보기로 했다.
내가 방문한 곳은 강변역에서 멀지 않은 마취통증의학과 전문병원이었다.
여러 명의 의료진이 진료하는 규모가 있는 병원이었고, 병원 안에서 검사부터 주사치료, 물리치료, 운동치료까지 한 번에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첫날에는 미리 준비해 간 MRI 영상을 보여드리면서 상담을 받았다.
진료가 끝난 뒤 바로 허리 양쪽에 각각 3방씩, 총 6방의 주사치료를 받았고, 이어서 수기치료와 적외선 치료 등 물리치료도 받았다.
진료와 치료를 한 번 받을 때마다 지불한 금액은 약 23만 원이었다.
이후에도 추가로 진료와 치료를 받았고, 허리 디스크로 총 세 번의 진료를 진행했다.
그런데 허리 통증으로 오랫동안 옆으로 누워 자는 생활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어깨까지 문제가 생겼다.
이번에는 오십견이라는 또 다른 문제가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결국 허리뿐만 아니라 어깨 치료도 함께 받기로 했다.
3. 한국에서 치료받으면서 느낀 점
사실 나는 처음부터 주사치료에 긍정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인터넷에서 주사치료의 부작용에 관한 글을 많이 찾아봤던 터라 주사를 맞는 것 자체에 상당한 거부감이 있었다.
하지만 의사와 상담한 후 치료 과정에 주사치료가 포함되었고, 결국 나도 치료를 진행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가 있었다.
어깨는 놀라울 정도로 효과가 빨리 나타났다.
치료 전에는 통증 때문에 움직임도 불편했는데, 주사치료 후에는 확실히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반면 허리는 조금 달랐다.
마지막 세 번째 주사치료를 받고 난 후에도 허리 통증 자체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그래도 분명하게 달라진 부분은 있었다.
예전처럼 허리에서 다리까지 이어지던 통증이 사라졌고, 이전에 느끼던 후끈후끈한 느낌이나 가끔씩 찾아오던 찌릿찌릿한 느낌도 없어졌다.
완전히 나은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이전과는 다른 상태가 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4. 호주에서의 치료와 무엇이 달랐을까?
한국과 호주에서 치료를 모두 경험해보니 여러 가지 차이가 있었다.
| 호주 | 한국 (내 경험) | |
|---|---|---|
| 예약 | Referral 후 예약, 수주~수개월 대기 | 당일 방문 가능, 현장 대기 1~2시간 |
| 상담 시간 | 비교적 여유 있음 | 약 10분 |
| 치료 결정 | 설명 후 단계적으로 진행 | 첫 진료 후 바로 주사치료와 물리치료 |
| 비용 | WorkCover 기간에는 지원 / 그 외에는 Medicare 환급 후 본인 부담 | 회당 건강보험 없이 대략 23만 원 (주사치료/물리치료 포함) |
표에서 정리한 내용을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해 보면,
호주에서는 specialist를 만나려면 대부분 예약이 필요하고, referral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반면 내가 한국에서 방문한 병원은 예약 없이 당일 방문해서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물론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 등은 대부분 예약제이다.
진료를 받기까지 걸린 시간은 그날그날 달랐다. 예약 없이 방문할 수 있는 대신 대기시간은 1~2시간 정도로 상당히 긴 날도 있었다.
반대로 운이 좋으면 비교적 빨리 진료를 받을 수도 있었다.
호주에서는 예약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specialist를 만나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길더라도, 일단 진료실에 들어가면 비교적 여유 있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반면 내가 경험한 한국의 병원에서는 진료가 상당히 빠르게 진행됐다.
내 경우에는 의사와 실제로 이야기를 나눈 시간이 10분 정도였던 것 같다.
물론 이것 역시 병원과 의사,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비용적인 부분
한국에서 허리와 어깨 치료를 받으면서 총 약 150만 원 정도를 지출했다.
여기에는 전문의 진료, 주사치료, 물리치료 등이 포함됐다.
건강보험이 없는 상태에서 치료를 받았기 때문에 결코 적은 금액은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호주에서 비슷한 수준의 치료를 받았다면, 개인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과 치료에 걸리는 시간까지 고려했을 때 한국보다 부담이 컸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5. 빠른 치료, 하지만 아쉬움도 있었다
한국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빠르다는 것이었다.
진료를 받고, 치료를 결정하고, 주사와 물리치료까지 이어지는 과정이 매우 신속했다.
그리고 실제로 효과를 본 부분도 있었다.
특히 어깨는 치료 후 눈에 띄게 좋아졌고, 허리 역시 통증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다리까지 이어지던 증상이나 찌릿한 느낌은 없어졌다.
하지만 빠른 만큼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특히 주사치료를 받기 전에 어떤 주사를 왜 맞는지, 어떤 효과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느꼈다.
그래서 치료가 끝난 뒤에도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남았다.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을 듣고 내가 치료 방법을 선택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결국 한국에서의 치료는 나에게 효과가 있었던 치료이면서 동시에 아쉬움도 남은 경험이었다.
그리고 이 경험을 통해 나는 한 가지를 더 알게 되었다.
같은 허리 통증을 치료하더라도 나라와 의료 시스템에 따라 치료를 받는 과정과 환자가 느끼는 경험은 상당히 다를 수 있다는 것.
한국에서의 치료가 나의 허리 문제를 완전히 해결해 준 것은 아니었지만 상당한 호전이 있었다.
이제는 서두르지 않고 내 몸의 회복에 집중해 보기로 했다.
“이번에는 정말 제대로 회복해 보자.”
그렇게 나는 호주로 돌아온 후, 카이로프랙틱과 운동 재활 피지오를 병행하며 조금씩 허리 근육을 키워나갔다.
그리고 어느덧, 회사로 다시 돌아갈 날이 눈앞에 다가왔다.
6. 한국에서 치료받으려는 분께 드리는 팁
- 호주에서 찍은 MRI 영상(CD/USB)과 판독지를 꼭 챙겨 가기
- 해외 거주자는 건강보험 적용 여부를 미리 확인하기 → 국민건강보험공단
- 주사치료 전에 어떤 주사인지, 부작용과 횟수를 직접 물어보기
- 치료에 관련된 세부 항목 자료, 영수증, 의사 소견서 받아오기
※ 이 글은 개인적인 치료 경험이며 의학적 조언이 아니다. 치료는 반드시 의사와 상담 후 결정하길 바란다.